매년 어김없는 기상이변이 몰아치고 있다. 이상 기후가 몰고오는 참상과 변화가 연중 행사나 다름없다.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겨울이 짧아지는가 하면, 대표적인 아열대 작물인 망고가 재배되고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고등어 등의 어획량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농업지역인데다, 서남해안을 끼고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이 많은 전남이 예외일 순 없다.
기후 변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로 인한 대응 방향을 놓고 진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지구 온난화, 겨울이 없어진다=20년 사이 국내에서 겨울은 최대 보름 가까이 짧아졌다. 그만큼 여름은 길어졌다. 광주는 겨울이 가장 많이 줄어든 지역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이 내놓은 ‘1981∼2010년 국내 10개 지점의 계절 지속기간 분석 결과’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0년대 겨울의 평균 기간은 지난 1980년대에 비해 적게는 3.9일에서 많게는 14일 짧아졌다.
특히 광주의 경우 지난 1980년대 평균 90.9일에 이르던 겨울 기간이 2000년대 들어서 평균 76.9일에 그쳐 14일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이 조사한 10곳 가운데 가장 많이 줄어든 수치다.
겨울 지속기간은 일 최저기온 0도 이하, 일 평균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진 날을 겨울의 시작으로, 반대의 경우를 겨울의 끝으로 보고 계산한 것이다.
전주도 98.6일에서 87.5일로 11.1일 짧아졌고 서울은 같은 기간 107.4일에서 99.3일로 겨울이 8.1일 단축됐다.
제주는 경우 1980년대 겨울이 37.7일 지속됐지만 2000년대에는 평균 27.1일로 한 달이 채 안됐다.
겨울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기상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50년께 정점을 찍고 감소한다고 가정하고 기온 변화를 예측한 결과, 21세기 말이면 목포·부산·강릉 등의 일 평균기온이 일 년 내내 5도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세기 말, 목포 지역은 겨울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반대로 국내 일 평균기온이 20도, 일 최고기온은 25도를 넘는 여름은 최대 10일 이상 길어졌다.
가장 더운 지역으로 꼽히는 대구는 1980년대 여름이 116.1일이었지만 2000년대에는 평균 124.4일로 여름의 길이가 넉 달을 넘어섰다. 서울도 111일에서 118.8일로 일주일 이상 여름이 길어졌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미래엔 강원도 일부에서만 벚꽃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 상황이다.
경희대 윤진일 교수는 ‘기후변화에 따른 벚꽃 개화일의 시공간 변이’라는 논문을 통해 벚꽃 개화일이 현재평년(1971∼2000년)이 과거평년(1951∼1940)에 비해 5.2일 단축됐으며 “100년 후인 2071∼2100년에는 현재보다 29일이 단축되고 이 시기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하는 고산지대에서만 4월에 벚꽃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전남, 난류성 어종 늘고 아열대 작물 재배=단순히 계절 변화로 넘길 일이 아니다. 당장, 기후 변화로 인한 바다 온도 상승은 바다를 터전으로 하는 어민들의 속을 타들어가게 하고 있다. 농민들도 예전 날씨만 믿고 과일 등을 재배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남해의 경우 연안 표층 수온이 최근 30년간 1.04도, 서해는 0.97도 올랐다.
해수면도 높아졌다. 국립해양조사원이 지난 1969년부터 우리나라 해수면 높이를 분석한 결과,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안(3.17㎜), 동해안(2.12㎜) 해역의 해수면이 연평균 2.48㎜ 상승, 세계 평균 해수면 상승폭(1.8㎜)을 웃돌았다. 거문도의 경우 해수면 상승폭(연평균 5.4㎜)이 세계 평균의 3배가 넘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은 생태계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아열대성 해파리떼가 들끓고 거머리말 잘피는 남해안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 한류성 어류인 대구와 기름가자미의 분포가 제주도 인근까지 내려온 반면, 난류성인 제주도 명물 옥돔은 경남 거제도 앞바다에서 발견되는 등 물고기 지도가 바뀌었고 어획량 판도도 뒤집어졌다.
국립수산과학원 남서해수산연구소가 최근 40년간(1970∼2010년) 연근해 어업생산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71년 이후 남해의 어류 어획량은 꾸준히 증가 경향을 보였다.
김의 경우 바다 온도 상승으로 종자를 바다에 넣는 채묘 시기가 과거보다 10∼15일 늦어졌고 생산량도 감소세다. 여기에 김 양식장도 전남에서 경기, 충청 지역으로 확대 추세다. 미역에서 발생하는 끝녹음 현상도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치단체도 참치 치어를 잡아 양식하는 방안을 고민하거나 기후변화에 따른 어패류 종 조성 및 산란시기 변화에 대응하는 등 지구 온난화에 맞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작물도 비슷하다. 전남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한라봉이나 망고, 파파야 등이 재배되는가 하면, 보성 특산품 녹차는 강원도에서도 재배가 가능하게 됐다.
전남도 농업기술원이 2017년까지 ‘기후변화 대응 중장기 연구계획’을 수립하고 아열대작물 도입에 따른 적정성 검토, 유망 아열대 작물 생산 및 재배기술 체계 확립, 주산 단지를 육성해 농가의 소득화 기반 구축 등의 방안을 연구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박정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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