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 몸살, 이상기후 피해 극과 극
올 겨울은 추워도 너무 춥다. 세밑부터 시작된 초강력 추위가 12일 연속 한파특보로 이어지는 신기록을 세웠다. 꽁꽁 언 눈이 채 녹기도 전에 또다시 눈이 내려 출근길 시민들의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시민들은 매 겨울 찾아오는 한파에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이번 추위는 길어도 너무 길다는 반응이다.
매서운 한파에 피해 속출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의 평균 최저기온이 영하 11.5도를 기록하는 등 지난 1986년 이후 가장 강력한 한파가 이어졌다. 기록적 한파는 아시아 일부 지역을 포함한 북반구의 러시아와 동유럽에서 맹위를 떨쳤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러시아를 강타한 혹한은 12월 25일까지 총 12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말 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수은주가 한때 모스크바에서는 영하 30도, 동부 시베리아에서는 영하 60도까지 떨어졌다. 새해 들어서는 한파가 다소 누그러졌지만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에선 여전히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웃한 우크라이나에서도 80명 이상이 숨지고 체코와 크로아티아 등 다른 동유럽 국가에서도 지난해 12월 폭설을 동반한 한파로 피해가 속출했다. 인도에서는 9일간 지속된 한파와 함께 짙은 안개가 찾아와 토마토 등 일부 채소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뉴델리를 비롯한 인도 전역에선 한파에 이미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중국도 곳곳에서 도로가 폐쇄되고 비행기 연착이 속출하는 등 맹추위로 큰 불편을 겪었다. 중국 동북지방의 경우 평균 기온이 영하 15.3도까지 떨어져 43년 만에 가장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다.
중동 지역에는 최근 20년 만에 최악의 겨울 폭풍이 찾아와 폭설과 폭우, 우박을 쏟아부었다. 큰 비에 익숙하지 않은 이 지역에 나흘째 폭우가 이어지자 곳곳에서 물난리가 잇따르면서 교통 등 국가기능마저 마비됐다.
레바논 북부 산악지대에는 최고 10cm의 폭설이 퍼붓기도 했다. 레바논 기상청은 이번 폭우를 넘어서는 것은 한 달 동안 연이어 비가 내렸던 지난 1992년이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내려온 한대기단이 이집트 카이로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수은주도 곤두박질 쳤다. 이번 폭풍으로 인해 레바논, 요르단, 터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지에서 최소 17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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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간빙기와 빙하기 시기의 전구 평균 온도 변화에 대한 상대적인 비. 북극은 전구 평균에 비해 온도하강이 6배 이상 크다. (오른쪽) 전구 평균 에어로졸 양에 대한 상대적인 비. 온도뿐 아니라 에어로졸 양도 빙하기 극지역에 급격하게 증가한다. |
초강력 한파 “북극 미세먼지” 때문?
한편 지구촌에 불어닥친 한파의 원인 추정에 실마리가 되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서울대, 미 나사 연구팀이 진행한 것으로 지구촌을 강타한 변덕스러운 날씨의 근원을 북극의 기후변화에서 찾았다. 북극지역의 미세먼지로 인해 유발된 기후변화 때문에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온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빙하기와 간빙기 자료를 분석, 대기 중 미세먼지인 에어로졸이 극 지역의 급격한 기온하강을 가져온 원인인 것으로 밝혀냈다. 사막의 바람을 타고 올라온 에어로졸이 공기 중에 떠 있으면서 태양복사에너지를 차단, 북극 기온을 급격히 떨어뜨렸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또 대서양 해수면 온도가 떨어지면서 한반도가 위치한 중위도 지역 태평양의 엘니뇨현상을 발달시켰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엘리뇨는 한반도 날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후현상이다. 연구팀에 속한 과기원 국종성 박사는 “중태평양 엘리뇨와 열대 대서양 해수면 온도의 상관관계를 활용하면, 봄철 대서양 온도 변화를 바탕으로 같은 해 겨울철 한반도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라 기대하기도 했다.
몸살 앓는 지구… 양극화 고조
초강력 추위에 벌벌 떨고 있는 북반구와 달리 지구 반대편 남반구에서는 폭염으로 펄펄 끓고 있어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호주에서는 일주일 넘게 40도가 넘는 폭염과 건조한 날씨가 계속돼 수백 건의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했다. NSW주와 태즈메이니아주에서만 200채가 넘는 가옥이 산불로 파괴되고 1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불에 타 죽은 것으로 집계됐다. 태즈메이니아에서는 전체 토지의 1%가 불에 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말 교통경찰관 채용을 위한 체력 검정 테스트를 받던 응시자 7명이 탈수와 열사병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기상학자들은 이런 폭염을 가져온 것이 적도 부근 인도양과 서태평양의 뜨거운 바닷물 때문이라고 말한다. 따뜻한 바다가 강한 상승기류를 만들고 이 기류가 호주와 주변 지역으로 하강하면서 고기압을 형성, 따가운 햇살 속에 대지가 말라 폭염과 산불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남극의 빙하는 올해 역시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빙하가 녹으면 2100년에는 해수면이 1m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수면이 1m 상승할 경우 방글라데시 같은 저지대 국가들에서는 수백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태평양 환초들이 물에 잠기며 네덜란드의 물막이 둑이 무너지는 등 지구촌에 엄청난 타격을 주게 된다. 전문가들의 해수면 상승 예상치는 평균 30cm다. 그러나 해수면이 84cm 이상 상승하고 열팽창이 일어나면 1m를 넘을 가능성이 5%나 되는 것으로 예측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지구 곳곳에서 각기 다른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에 맞서는 우리의 태도가 획기적 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환경재앙에 언제까지나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