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농작물 지도가 바뀌고 있다
한반도가 더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봄 가뭄에 극심해지더니 짧은 장마가 지나가고, 몇 주에 걸쳐 한반도에 걸친 고기압이 물러가지 않아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런 기후의 변화는 대한민국의 '농작물 지도(재배면적)'을 최근 10년 사이 크게 바꾸어 놓았다.
올해 봄 묘목시장에서 사과 묘목 값이 초강세를 보였다. 이처럼 사과 묘목 값이 초강세를 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새로운 과원을 만드는 신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신규 수요의 증가, 그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이어진다. 온난화가 사과의 재배지를 넓게 만들고 있는 것. 사과재배지의 북상은 이제 북한지역으로 퍼져가고 있다. 사과재배는 이제 경북에서 충북을 거쳐 경기·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연천군과 파주시 등 경기 북부 민간인출입통제선(이하 민통선) 일대에 대규모 사과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전국적인 기온 상승으로 평균기온 영상 11℃이하라는 조건을 충족해 사과재배 적지로 떠오르고 있는 덕분이다.
경기도는 연천군, 파주시, 포천시, 가평군 등 민통선 인근 4개 시군에 오는 2015년까지 500㏊규모의 친환경사과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기존 가평·포천지역의 200㏊를 포함하면 700㏊나 돼 사과주산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쌀보리 등 식량작물의 재배면적도 변하고 있다. 식량작물의 재배면적 변화는 최근 10년에 걸쳐 진행돼 왔다. 또 최근에는 정부의 쌀보리 재배면적의 정책적 축소로 인해 대표적인 식량작물인 쌀 재배면적은 해마다 4%씩 줄어가고 있다.
쌀보리 작물은 지난 1997년과 2007년 시·군·구별 작물재배면적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쌀보리 등 식량작물 3종과 사과 등 원예작물 5종의 재배면적 변화를 분석해 농작물 재배지도를 작성한 결과, 남부지역은 감소한 반면 경기 등 북부지역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도와 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농작물은 기후조건에 따라 작물의 재배지와 작부유형이 달라진다"며 "온도가 1℃오르면 재배 가능지역은 위도 상으로 81㎞가 북상하며 해발 고도는 154m가 높아진다"고 했다.
농업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와 함께 온대성 작물들의 재배가능 지역이 북쪽과 산지로 이동하면서 우리나라 농작물재배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온대 과일인 사과의 주산지 변화는 급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주, 봉화 등 경북 북부와 충북 충주, 제천을 거쳐 강원 영월, 평창, 태백, 양구, 경기 포천 등 비무장지대까지 재배한계선이 올라갔다.
온난화와 함께 사과 재배는 점차 줄어 2007년 사과 재배면적은 1987년 대비 8천761㏊, 1997년 대비 1만3천126㏊가 감소했다.
반면 온도 상승에 민감하지 않고, 착색이 불필요한 배는 재배면적이 1982년 약 1만㏊에서 2007년 2만2천㏊로 증가했다.
이 같은 농작물의 주산지 변화는 식량작물과 사과, 배에서 다양한 품목으로 재배지가 바뀌고 있다.
제주에서만 재배되던 한라봉은 전남을 거쳐 전북 김제까지 북상했다. 냉해에 약한 복숭아도 강원 춘천에서 재배된다. 역시 추위에 약한 포도는 강원 영월까지, 전남 곡성의 멜론은 강원 양구까지, 전남 보성의 녹차는 강원 고성까지 재배지가 북상했다.
채소재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반복되는 '배추대란'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기후변화에 따른 것이다. 이런 기후변화는 여름철 무, 배추 주산지인 고랭지 재배면적을 감소시키고, 월동배추 재배면적을 증가하게 한다.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은 2001년 1만234㏊에서 2010년 4천929㏊로 10년 사이 절반가량 줄었다. 특히, 온난화로 재배지역이 갈수록 강원지역에 편중돼 수급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10년 전 2천900여㏊에 이르던 전북과 영남 고지대 재배가 최근 480㏊로 크게 줄었다. 반면 월동배추는 2000년 4천123㏊에서 2010년 5천221㏊로 20% 이상 증가했다.
강원 고랭지도 평균기온 상승과 불규칙한 강수량으로 갈수록 재배가 어려워져 해발 1천m 이상의 고지대에서 재배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충북 괴산지역은 겨울철 김장배추를 절여 판매하고 있지만, 배추의 수급불안으로 항상 고초를 겪고 있다. 또 보은에서 국내는 물론 외국에까지 김치를 수출하고 있는 ㈜진미도 배추수급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유민 진미 대표이사는 "배추의 질에 따라 김치의 전체적인 맛이 결정되는데, 보은에서 재배되는 배추의 질은 강원이나 가까운 미원지역에서 재배되는 배추와도 많은 차이가 난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배추의 재배기술과 재배조건 등 품질개량에 따른 조건 자체가 개발돼야 국내 소비자는 물론 수출에도 희망을 걸어 볼 수 있다"고 했다.
충북일보 2012. 7. 29 / 엄재천기자 jc0027@naver.com